몇년 전까지만 해도 촬영을 준비할 때면 좋은 재료를 구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특히 제철이 아닌 과일이나 외래품종인 채소와 허브는 시중에 파는 곳들이 거의 없어서

강남에 유명한 백화점 식품관이나 이태원에 외국인마트를 오가며 부리나케 찾아다녀야 했다.

힘들게라도 구하면 다행인데, 촬영 전날까지 마땅한 재료를 구하지 못하면

애가 타고 찾아다니는 게 너무 힘들어서 몇번이나 눈물을 찔끔했었다.

그 떄는 정말 내가 식재료들이랑 무슨 왠수를 지었나 싶었었다.

하루 촬영을 하려면 그릇 구하는데 하루, 재료구하는데 하루, 밑작업하는데 하루가 걸려서

푸드스타일리스트들 돈 잘 벌고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는 분들이 많은 거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참 고단한 직업이라는 것에 스타일리스트들은 모두 동의할 것이다.

몇년사이 지금은 비교적 예전보다는 재료구하기가 수월해진 편인데

그런 시기를 보내서인지 나는 예쁜 그릇과 음식재료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그릇을 쟁여두다 못해 그릇을 팔게 되었고,

재료는 언제나 풍족하게 구할 수 있는 연희동에 눌러앉게 되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하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천국과 다름없다.

집 근처 마트는 고급식자재가 풍성한 곳으로 유명해서

우리 동네에는 유독 요리연구가 분들이나, 나 같은 푸드스타일리스트들이 많이 사시는 듯 하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식재료를 남겨 버리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특히 일반적으로 구하기 힘든 것들은 더더욱 그래서

끝까지 여러 방법으로 요리에 이용하고, 아니면 맛있게 먹으려고 한다.

내 레시피에 허브나 루꼴라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 역시

예전에는 구하기 참 힘든 채소라 힘들게 구하느라 항상 눈물을 쏙 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루꼴라 한줌이 냉장고에 고이 모셔두었는데

열어보니 상태가 '나를 이제 써주지 않으면 내일이면 싱싱함을 잃을거야'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무얼 만들어야 할까 고민하다 정한 레시피.

오늘은 루꼴라를 이용한, '루꼴라토마토오일파스타' 다.

RECIPE

재료

파스타면 한줌, 방울토마토 5-6알, 루꼴라한줌, 양파반개, 마늘 3-4알, 블랙올리브 5-6알,

올리브유2-3큰술, 파르메산치즈가루 2큰술, 소금, 통후추 적당량.

만드는 법

1. 재료는 깨끗이 씻어 손질하고, 토마토는 반으로, 양파와 마늘은 적당한 두께로 슬라이스해준다.

2. 파스타면은 끓는 물에 9-10분 정도 삶아서 건져내고 올리브유를 살짝 발라 불지 않게 둔다.

면수를 한 두 국자 남겨둔다.

3. 토마토와, 양파, 마늘을 올리브유를 달군 팬에서 볶다가 통후추를 넣어주고

파스타면과 블랙올리브를 함께 볶다 소금과 파르메산치즈를 넣어가면 간을 맞춘다.

면수는 중간중간 조금씩 넣어가며 눌지 않게 한다.

4. 면이 완전히 익으며 불을 끈 상태에서 루꼴라를 넣고 가볍게 뒤적여준다.

5. 접시에 담고 통후추와 파르메산 치즈를 뿌려주면 완성.

by. 앨리건트테이블